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사용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이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확인됐다. 서울고법 행정3부(이대경 부장판사)는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인 예성기업에 고용돼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의 취지는 지난해 7월22일 나온 대법원 판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판부는 “최씨가 속한 예성기업 근로자의 작업량이나 방법·일의 순서 등을 현대차 직원이 직접 지휘하고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내린 사실이 인정된다”며 “최씨가 현대차의 직접 노무지휘를 받는 파견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현대차가 대답할 차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고등 법원에서 대법원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의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온 10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회사의 법원 판 결 이행을 촉구했다. 송성훈 금속노조 현대차 아산비정규 직지회 지회장이 발언을 마친 뒤 마이크를 건네고 있다.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재판부는 현대차가 최씨에 대해 노무지휘 권한을 행사한 근거로 △최씨가 근무한 의장라인에 현대차 정규직과 하청업체 인원이 혼재돼 근무한 점 △하청업체 근로자들도 현대차가 작성한 사양일람표·사양식별표·작업표준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한 점 △현대차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작업시간과 휴게시간·연장근로 여부·교대제 운영 여부·작업속도 등을 결정한 점 △산재나 휴직 등으로 정규직 결원이 발생하면 하청업체 근로자로 대체한 점 등을 꼽았다.

재판부는 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2년을 초과해 사용하면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한 옛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6조3항(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현대차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특히 최씨를 해고한 주체가 예성기업이 아닌 현대차임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해고란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근로관계를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종료시키는 것이며, 이러한 해고는 명시적 의사표시의 방법뿐만 아니라 묵시적 의사표시의 방법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며 “현대차는 최씨와의 사이의 근로관계가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따라 성립했음에도 이를 부정하고, 최씨의 사업장 출입 자체를 봉쇄해 최씨가 제공하는 노무 수령을 분명히 거절함으로써 최씨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표시해 최씨를 해고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 판결을 이끌어 낸 고재환 변호사(법무법인 백범)는 “최씨와 비슷한 조건에서 근무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로 현장에서 소모적인 법률 다툼이 사라지고, 불법적 근로관계가 합법적·정상적 관계로 재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최씨 한 명의 개별적 사실관계에 기초한 제한적 판단이므로 작업조건과 근로형태가 다른 울산이나 아산·전주공장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일괄 적용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고 이와 별도로 파견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