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를 앞세워 노조의 교섭요구에 불응한 사용자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판사 김정아)은 27일 박영호 콜트악기(주) 전 공동대표이사와 윤석면 콜트악기 공동대표이사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를 물어 각각 벌금 400만원과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 박씨와 윤씨는 지난 2007년 5월부터 같은해 8월30일까지 11차례에 걸쳐 정갑득 전 금속노조 위원장의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했다. 이들은 “당사는 지속적 경영악화로 2007년 4월12일자로 정리해고를 실시했고, 이런 상황에서 임금협상은 무리”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이들은 또 “초기업노조가 지부집단교섭 같은 특별한 방식의 교섭을 요청할 경우 회사가 이에 반드시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유권해석”이라며 “당사는 집단교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버텼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콜트악기가 2003년 이후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에 가입해 중앙교섭 합의서나 집단교섭 합의서를 체결한 점에 비춰 볼 때 교섭방식에 대한 이견이 교섭불응의 주된 이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은 노조가 주장하는 일방적인 방식에 따른 교섭참가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 박씨가 2007년 정리해고 당시 산재요양을 위해 휴업 중이던 노동자 5명을 해고한 것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해당 노동자 5명은 기관지천식이 산재로 인정돼 치료를 받던 중 정리해고자 명단에 포함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제23조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해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해당 근로자들은 통원치료를 하면서 회사에 정상 출근해 근무하다가, 회사가 2007년 3월12일 해고예고 통보를 하자 출근을 하지 않고 산재를 이유로 휴직을 신청했다”며 “산재로 치료 중이더라도 휴업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경우 또는 산재로 휴업하고 있는 경우라도 그 요양을 위해 휴업할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Tip] 콜트·콜텍 위장폐업 논란

기타 생산업체인 콜트악기와 같은 계열의 콜텍악기는 2007년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이 과정에서 정리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노동계는 위장폐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