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어머니인 망 김00(1947. 2. 22.생, 사망 당시 57세,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3. 12. 14.부터 포천시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A사(주지 이**, 이하 ‘A사’라 한다)라는 사찰에서 행자승이라 불리며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04. 11. 13. 17:00경 일하던 중 사찰 난간기둥에 머리를 부딪친 후 구토를 하며 고통을 호소하다가, 같은 날 19:00경 스님과 신도들의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중 쓰러져 119구급차로 포천의료원을 거쳐 의정부성모병원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는데, 2004. 11. 17. 15:45경 선행사인 : 뇌거미막하 출혈, 중간선행사인 : 다발성 뇌경색, 직접사인 : 뇌연수마비로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2005. 1. 10.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05. 1. 16. 망인은 A사의 승려로서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반려함으로써 위 급여의 지급을 거부하는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1 내지 4호증, 을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A사와 사용종속관계 아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자에 해당한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업무 내역, 근무 조건 등
(가) 망인은 중국국적의 조선족으로서 2001. 12. 1. 국내에 입국하여 식당, 여관에서 주방보조, 청소 등의 일을 하다가, 2002. 3.부터 경기 양평군에 있는 B사라는 사찰에서 매월 1,000,000원의 임금을 받는 조건으로 근무하였는데, B사에서 임금을 체불하자, 2003. 12. 14. 매월 700,000원을 받는 조건으로 A사로 옮겼다.
(나) 망인은 A사에서 기거하면서 머리를 삭발한 후 법복을 입은 채, 사찰내 식사준비, 청소, 법회준비 등의 허드렛일을 하였으나, 남는 시간에는 불교경전을 베껴 쓰고 염불을 하기도 하였고, 신도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으며, 신도들에게는 행자스님, 작은스님 등으로 불렸다.
(다) 이**은 망인의 월 급여 700,000원 중 200,000원은 매월 망인에게 지급하였으며, 나머지 500,000원은 적금을 들어 저축하였다가 망인이 출국할 때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2003. 12.부터 2004. 11.까지의 11개월분 미지급 임금 5,500,000원 중 1,000,000원은 2004. 11. 15., 4,000,000원은 2004. 11. 18. 원고에게 각 지급하였고, 나머지 500,000원은 망인의 병원비 등으로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라) 대한불교조계종은 승려가 되기 위한 연령을 40세로 제한하고 있었으므로, 망인은 수계를 받는 정식의 승려가 될 수는 없었다.
(마) 이**은 2005. 8. 6. 대한불교조계종 인터넷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참실한 고양주를 급히 구합니다. 이글을 보시는 즉 연락 부탁드립니다. 요구사항은 50대부터 60대 정도면은 고맙겠습니다. 보시는 상담후에 결정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구인광고를 게시하기도 하였다.
(바) 망인은 돈을 모아 2005. 5.경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2) 망인의 사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의정부성모병원 의사)
망인은 심한 두통과 동반된 구토를 호소하며 내원하였으며, 뇌CT 검사 및 혈관촬영 등 제반 검사를 시행하는 도중 2차적 뇌출혈이 발생하여 의식이 혼수상태가 되었다. 이후 두개강내압 상승으로 인한 다발성 뇌경색이 초래되어 뇌혈류 장애로 인하여 사망하게 되었다. 뇌CT 검사결과 뇌동맥류와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거미막하 출혈이 진단되었다. 망인의 사망 원인은 뇌동맥류의 파열 때문이라 사료된다.
뇌동맥류 파열은 모든 스트레스 상황(외상성 또는 비외상성)에서 초래될 수 있어, 망인의 뇌동맥류 파열이 외상에 의한 것인지 확정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 갑 2호증의 1 내지 6, 갑 4호증, 갑 6호증, 을 4 내지 8호증, 을 13 내지 15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 및 영상, 의정부성모병원장, A사(아래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배척 증거] 을 9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A사에 대한 일부 사실조회결과
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보험급여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지급되고, 이때 ‘업무상 재해’란 근로기준법 소정의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부상하거나, 질병 또는 신체장애를 얻거나,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재해자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등 참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망인이 돈을 벌기 위하여 국내에 입국하여 식당 및 여관 등에서 일을 하였고, B사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무하던 중 임금체불로 인하여 A사로 옮기게 되었으며, 고령이어서 승려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였던 사정 등에 비추어 망인이 종교활동을 목적으로 A사에 간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매월 일정액의 금원을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망인이 근무한 A사가 종교시설이어서 망인이 일부 종교행위를 하기도 하였다거나 망인의 임금이 보시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던 근로자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피고가 이와 달리 보고, 이 사건 처분에 이른 것은 위법하므로,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소송계속 중 이 사건 처분 사유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사유로 인한 것이 아니다”는 점을 추가하였으나, 망인이 근무 도중 난간기둥에 부딪혀 사망에 이른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에 기인한 재해로 인하여 사망한 것으로 추단될 뿐 아니라,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 있어서는 실질적 법치주의와 행정처분의 상대방인 국민에 대한 신뢰보호라는 견지에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을 뿐,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함은 허용되지 아니하는바, 피고가 새로이 추가하는 위 처분사유는 당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다고 판단되므로, 위 처분사유의 추가를 허용하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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