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임○○(1955.8.11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건설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1988년경 신체검사에서 고혈압이 발견되었는데, 1992.5.3 뇌출혈이 발병하여 피고로부터 업무상 재해로 인정(고혈압은 불인정)받고 요양을 하다가 1993.8.31 피고로부터 신체장해등급 제3급(신경 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아 일생동안 노무에 종사할 수 없는 사람) 판정을 받고, 장해급여 등을 수령하였다.
나. 망인은 2002.10.1 23:00경 자택에서 사망하였다.
다. 그 후 원고는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3.1.10 망인의 사인은 만성 신부전 및 이에 따른 패혈증이어서 당초 산재승인을 받은 뇌출혈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다시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05.3.3 원고가 종전에 처분한 내용과 동일한 내용의 청구를 하였다는 이유로 그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서를 반려함으로써 원고의 청구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의 1, 2, 갑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업무상 재해인 뇌출혈로 인한 하반신마비, 언어장애 등으로 인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이로 인하여 관상동맥경화가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고,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만성신부전, 심근경색증 등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뇌출혈 이후의 요양 및 치료내역
(가) 망인은 1992.5.3 뇌출혈이 발생한 이후 1993.11.4까지 입원 및 통원하면서 우측 상하지마비와 보행장애에 대한 치료를 받았는데, 증상이 호전되지 아니하여 요양을 종료하고 집에서 생활하였다.
(나) 망인은 1997.6.16 전신쇠약과 식욕부진,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하여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말기신부전, 고혈압, B형 간염의 진단을 받고 혈액투석, 복막 투석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사망시까지 복막투석치료를 받았다.
(다) 망인의 시체를 검안한 ○○의원 의사 조○○은 망인의 사인을 선행사인 동맥경화, 직접사인 심장경색(추정)으로 진단하였다.
가) ○○병원 의사 황○○의 소견
망인의 신부전증의 발병원인은 검사된 바 없으나 만성신염으로 추정된다. 뇌출혈이 신부전증 치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부전증의 원인으로 고혈압은 흔한 질환이며, 만성신부전 환자의 사망원인 중 심근경색은 높은 비율을 보인다.
망인은 사망 전 2002.10.1 ○○병원에 내원하였는데, 당시 망인은 간성혼수로 인한 의식 혼탁, 위장관출혈 의심(적갈색의 위 토사물)으로 사망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다.
망인의 호흡곤란, 가슴 불편감 호소, 심혈 의심이 가능한 상황에서 혈압 맥박이 느려지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망인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
나) 피고 자문의의 소견
1) 자문의 이○○
망인의 사망원인은 심근경색이라 하며 그 사망원인이 고혈압 등의 자연경과로 온다하더라도 병의 경과를 보면(혈압에 의한 신부전도 발생), 뇌출혈과 관련된 현상보다는 망인이 동맥경화의 소인을 일반인보다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고혈압은 망인의 기존질환인바, 사망의 자연경과를 모두 산재로 인정하기에는 인과관계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사료된다. 즉 기존질환인 고혈압의 자연경과로 인해 사망원인인 심근경색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2) 자문의 김○○
심장경색(심근경색)은 추정진단에 불과하고, ○○병원의 기록에 의하면 망인의 주요한 상병은 말기신부전과 간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이다. 위 질환은 고혈압과 관련되거나 개인질환으로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고혈압은 기존질환으로서 업무상 질병으로 불승인된 바 있으며, 간질환 역시 업무상 질병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주요한 상병은 업무와 관련이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 △△병원 의사 황△△의 소견
시체검안서를 발행한 의사는 직접 망인의 사망 전후 경과를 본 것이 아니고, 기존 망인의 질환 및 임종 전의 상태, 임종 당시의 정황을 감안하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심근경색을 직접사인으로, 동맥경화를 선행사인으로 기록한 것으로 사료된다.
급성심근경색의 위험인자로는 피로, 과로, 스트레스,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당뇨, 긴 와병(활동량 적게 장시간 누워있는 것), 식생활 습관 등이 있다. 뇌출혈로 인한 장기요양으로 인한 활동저하 상태 지속과 고혈압이 모두 동맥경화의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망인이 뇌출혈로 인한 신체장해로 장기간 요양하는 과정에서의 적절한 운동부족이 동맥경화의 위험인자이며, 기존의 동맥경화를 악화시킬 수 있고 이것이 심근경색의 위험인자이다.
라)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만성신부전증이란 신장의 기능이 만성적으로 저하(사구체 여과기능이 영구적으로 감소)되어 신장의 배설기능이 정상적이지 못하여 체내의 향상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상태를 말한다. 만성사구체신염, 고혈압, 당뇨병, 다낭포성 질병, 홍반성 난창, 반복되는 신우신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신부전의 원인의 상당부분이 고혈압으로 알려져 있고, 투석을 시행하는 만성신부전 환자의 가장 흔한(약 40%) 사망원인이 허혈성 심장질환(심장경색 포함)임을 고려해 볼 때, 고혈압과 신부전, 뇌출혈, 심장경색의 인과관계는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간성뇌증은 간성혼수라고도 하는데, 간경변 등 간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경우 혈액 내 암모니아가 증가하여 중추신경계를 억압하여 의식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간부전이 원인이 되며 과량의 단백질섭취, 변비, 위장출혈, 탈수, 안정제 복용 등이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부위장관출혈은 십이지장 이상 상부에서 발생하는 위장관출혈로 원인으로는 소화성궤양, 식도정맥류(간경변), 스트레스성으로 인한 급성 위점막병변, 위암 등이 있다. 소화성궤양의 경우 흡연, 진통소염제 복용, 정신적 및 신체적 스트레스 등이 악화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만성신부전 환자에서 소화성 궤양 등 위장관출혈을 더 많이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위산분비 장애, 점막방어인자의 파괴, 혈소판 및 응고기능의 장애 등의 요인 때문으로 알려져있다.
패혈증이란 혈액 내 세균이 침투하여 번식함으로써 백혈구중다증, 저혈압, 고열증, 전신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혈액순환에 의해 전신에 세균을 퍼트려 여러 장기에 이차적 감염을 초래한다. 피부화농증, 욕창, 폐렴, 신우염, 골수염 등 몸에 염증성 질환을 일으키는 질환은 어떤 경우든 패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고, 환자가 면역능력이 저하된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동맥경화란 혈관벽에 동맥경화반이 형성되는 질환으로 초기 병변은 10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동맥경화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위험도가 증가하며, 당뇨, 고혈압, 흡연 등의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더 가속화될 수도 있다. 비만, 적절한 운동부족도 간접적으로 동맥경화의 진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것은 동맥경화의 위험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신체장애로 인하여 요양되는 동안에 심근경색의 발생률이 증가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 하지만 뇌졸중이나 뇌출혈 등과 같은 질병으로 신체장애를 초래한 경우 이러한 질병의 원인인 동맥경화증 또는 동맥경화의 위험요인인 당뇨, 고혈압 등의 원인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들의 경우 허혈성 심장질환의 고위험군으로 일반인에 비해 동맥경화의 진행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심근경색의 발병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심근경색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에서 기저질환으로 동맥경화증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동맥경화의 위험요인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이 있다. 망인의 경우 장기간의 고혈압이 있었고, 이로 인한 뇌출혈의 기왕력이 있으며, 상세불명이긴 하나 동맥경화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만성신부전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때, ‘관상동맥의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심근경색이 유발되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고 본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3호증, 갑 4호증,을 1호증, 을 2호증의 1, 2, 을 3호증, 을 4호증, 을 5호증의 1, 2, 을 6호증의 1, 2, 을 7호증의 1, 2, 6, 7, △△병원장, ○○병원장, 대한의사협회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다. 판 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고혈압이 있었는데, 업무상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뇌출혈이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거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장기간 와병하면서 이로 인한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심근경색을 일으켰거나, 고혈압이 악화되어 신부전을 일으키고 계속하여 위장관출혈, 간성혼수, 패혈증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른 것으로 여겨지고, 달리 사망 당시 47세에 불과한 망인을 일반 사람들에 비하여 빨리 사망에 이르게 할 만한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인 뇌출혈로 인한 장기간의 와병 때문에 발생하거나 악화된 합병증으로 인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고, 설사 망인에게 고혈압과 간질환 등의 기존 질환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한 뇌출혈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업무상 재해인 뇌출혈로 인한 후유장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망인의 사망 역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와 달리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원고의 청구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행한 것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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