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터뷰 (신년 초대석) 이상수노동부장관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5일 연합뉴스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는 부 행정의 축을 노동에서 고용으로 옮기는 등 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에 주력할 것"이라며 "취약 계층에 대해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용지원센터 활성화 등으로 고용 인프라를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연령차별 금지 법제화를 추진하고 정년을 연장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친 뒤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면 정년의무화를 본격 검토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작년에는 비정규직법 등 법과 제도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역점을 뒀다"며 "올해는 현장을 자주 방문해 세부적인 분야에까지 피부에 와닿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 "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에 총력" ◇
-- 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를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 고용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일자리 총량을 늘리는 것과 함께 사람과 일을 이어주는 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가 필요하다.

앞으로 취약계층에 대해 맞춤형 고용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용지원센터를 중심축으로 한 고용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고용서비스 선진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고용과 훈련, 복지 서비스를 항상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 나가겠다.

노동 행정의 축을 고용으로 옮기기 위해 부 이름을 고용노동부로 바꾸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2월께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에는 하드웨어적인 법.제도 구축에 역점을 뒀다. 올해는 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 등을 위해 세부적인 분야에서 피부에 와 닿는 행정을 하겠다.

국.실장에게 행정적인 업무를 많이 위임하고 현장을 자주 방문해 `가슴으로 듣고 발로 뛰는 행정'을 펼칠 생각이다.

--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연령차별 금지 법제화와 정년의무화 도입은.

▲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연령차별 금지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법제화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및 노동력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출산 장려책과 함께 일과 가정이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고령자의 근로활동 범위를 넓혀야 한다.

기업들이 고령자 채용을 기피하는 것은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현재의 임금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를 성과급 등으로 바꾸도록 유도해 나가겠다.

고령자에 대해서는 특화된 직업능력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고령자 친화적인 작업환경을 조성하는데도 힘쓰겠다. 근로자가 연령이 아닌 생산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정년 문제는 우선 기업들이 정년을 연장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칠 것이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제도가 정년 연장과 관련된 정책이다. 궁극적으로는 정년을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한다.

정년의무화 도입은 기업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 등으로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면 2010년께 본격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을 검토하고 있나.

▲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문제는 현실을 고려해서 상당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내 의견수렴 과정은 물론 사회적 합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안전망 확충 차원에서 실업급여 수혜자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실태조사와 의견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자발적 이직자에 대해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매듭짓고 하반기에 입법화 과정에 나설 것이다. youngbok@yna.co.kr

◇ "노동계층간 양극화 해소" ◇
--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최근 일부 언론 등에서 비정규직법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해소와 남용 규제라는 비정규직법의 입법취지를 긍정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현재로서는 기업 등에 비정규직법의 입법취지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 등이 비정규직법의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홍보 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 등을 대상으로 비정규직법에 대한 컨설팅도 할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차별의 양태가 워낙 다양해 세부적인 판단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노동위원회 등의 판정결과가 축적되면 어느 정도 판단기준이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노동부 내부적으로도 구속력은 없지만 차별기준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차별심사위원회도 조속히 구축될 수 있도록 하겠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직업훈련을 받을 기회가 적다.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직업능력개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 비정규직이 직업훈련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숙련된 기술을 갖춰 정규직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 민주노총 등이 아직도 비정규직법을 비판하고 있는데.

▲ 일부 우려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지만 과도기적 혼란은 감수해야 한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문제가 많이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법 시행 초기에 약간의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법이 안착되면 좋은 제도가 될 것이다.

기간제(계약직)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현재의 법 내용을 놓고도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노동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비정규직 사용 사유제한마저 도입하면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한번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이뤄 나가는 단계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 특수고용직 대책은 어떻게 되고 있나.

▲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를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중간 개념인 준근로자로 분류해 보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다소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는 근로자 개념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근로자 개념이 구체화되면 준근로자로 분류된 특수고용직 그룹 중 근로자성이 강한 것으로 판단되는 그룹은 근로자로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근로자로 상승된 특수고용직은 노조설립 등 집단적인 개념의 노동권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 주력" ◇
-- 대선 정국 등으로 노사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 대선을 앞두고 노조의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또 산별노조 문제와 공무원 노조도 노사관계에 어두운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작년에는 법과 원칙을 고수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만들었다. 올해에도 일부 변수가 있지만 작년처럼 협력적 노사관계의 틀을 이끌어간다면 노사관계가 안정될 것으로 본다.

새로운 노사관계 불안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산별교섭의 경우 교섭비용 최소화와 근로조건 격차 완화 등 산별교섭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 민주노총과의 관계 복원은.

▲ 1월26일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새로운 대화의 틀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어떤 계파가 들어설 지 지켜봐야 한다.

민주노총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할 것이며 언제든지 함께 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 노동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일부 노동계가 아직도 비타협적인 투쟁에 나서고 있다. 막무가내식의 비타협적 투쟁은 얻을게 별로 없다. 단계적인 사고를 갖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노동계도 이제는 파이를 분배하는데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고 파이를 키우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해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양보하는 자세도 보여야 한다.

youngbok@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